[카잔과 천계인 Part2.퍼필, 루히터] -6화-
"그 소문이 뭔데, 설마..?"
퍼필이 인상을 찌푸렸다.
"카잔하고 계약을 맺은 천계인이 있다, 라는 소문."
"그게 벌써 다 퍼졌다고?"
"사람들이 대량학살 당하고 굴구위시의 습격으로 마가타가 붕괴되었는데 그 현장에 카잔이 중도에 합류했었어. 본인은 숨긴다고 하지만 우리한텐 귀수가 있는데 그게 안되지. 그 직후 마가타가 또 한번 무너지고 굴구위시가 죽었을때 카잔의 기운이 순간 강하게 느껴졌어. 그래서 오데사를 시작으로 모든 지역의 귀검사들 사이에서 이런 소문이 퍼졌었지. 사망자중 한명이 다시 살아나는 조건으로 누군가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 근데 그게 너일 줄이야.."
루히터는 퍼필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야, 안놔?"
루히터의 시선에 불쾌함을 느낀 퍼필은 루히터의 손을 쳐냈다. 그러자 루히터가 잡아서 퍼필을 설득했다.
"지금 여기서 싸워봤자 너한테 하등 좋을바 없다는거 알지? 걱정마. 제국에는 끌고가지 않겠다."
퍼필은 주위의 시선을 살피고는 손을 거두었다.
"그래그래. 조용히 있어. 나는 루히터. 제국의 수배범이다."
"그래. 근데 왜 나한테 아는척이야?"
"너의 힘이 필요하다. 굴 구위시의 시체또한 발견되었다는데.. 네 놈 소행이잖아?"
퍼필은 루히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근데 내 힘이 왜필요해? 너도 설마..?"
퍼필은 루히터에게 총을 겨누자 루히터는 손사래를 치며 난감해했다.
"난 그 지긋지긋한건 필요없어. 그냥 나 쫓아다니는 제국 기사들을 따돌리기 위해서. 힘이 약할거라고 생각한다면 걱정마. 나도 허투루 사는 귀검사는 아니니."
"어. 그런데?"
"뭐 원래는 제어자를 구하고자 했지만.. 네놈이 더 증후군에 심하게 걸린 것 같아서 그냥.. 네놈의 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본다. 원거리 공격은 할 수 있겠지?"
"어. 류탄과 코로나정도는 쓸 수 있어."
"뭐, 그럼 둘다 제국의 문제아가 된 만큼 같이 다니도록 하자."
루히터가 손을 내밀었다.
"난 퍼필이야."
퍼필과 루히터는 잠이 든 후 길을 떠났다. 루히터는 일어나 자신을 수배하는 용지와 퍼필을 수배하는 용지를 구겨서 모닥불에 넣고 퍼필을 깨웠다.
"벌써 그런 시간이 됐나?"
"응. 낮에는 숨어 지내야 한다. 우리 둘 다 수배되었어. 아마 나는 처형될거고 너는 빌마르크에 수용되겠지."
루히터가 말했다.
"벌써 수배까지 되다니... 빌마르크라는 곳이 어떤 곳이야?"
"제국이 강력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실험을 벌이던 곳이야. 모든 생명의 잠재된 힘을 이용해 이곳을 정복하고자 했던 데로스 제국은 빌마르크에 실험실을 만들었다. 나는 거기서 일하다가 어떤 계기로 폭주하여 실험실의 변이되지 않은 몬스터들을 꺼내고 제국의 연구원들을 거의 다 죽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도망자의 몸이 되었지."
"그럼 내가.. 지금 걔네 입장에서 보면 카잔에 빙의된 몬스터이니 빌마르크에 끌려가면 좋은 일은 못당하겠다 이거군."
퍼필은 루히터의 말을 듣고 끔찍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퍼필과 루히터는 샤일록에게 인사와 함께 얼마간의 돈을 주었다. 노스마이어로 떠나려고 하는 그 때, 샤일록과 오란, 신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제국이 여왕님 쓰러진 이후로는 아주 자기나라인줄 아는구만."
"서러운 일이 다 일어나는구만. 크리쳐들의 표정이 아주 어두워."
"방금 막 소식이 들어왔는데, 키리님이랑 GSD님이 퍼필님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 자택에 감금되어 있다고 합니다요. 인맥이 있으셔서 끌려가는 것만큼은 면했지만 제국의 감시하에 있다고... 인간들도 타락한 후의 고블린이랑 다를바가 없는 족속이 있다니깐. 아유 지겨워라."
퍼필은 처음 왔을때 라이너스가 한 '공국은 제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제국 사람들을 조심하라.'라는 말을 떠올렸다.
"거의 데로스의 속국이 되기 일보직전이네, 지금."
퍼필이 혀를 찼다.
노스마이어를 배회하던 그 때, 도적단들과 함께 한 피리를 든 총각이 다가왔다.
"여어. 못보던 사람들인데?"
"응. 여기 처음왔어."
루히터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근데.. 여기 아가씨는 좀.. 이상한데? 디레지에 님과 같은 냄새가 나."
"디레지에가 누군데?"
"여기의 신이다. 데로스 제국과 공국의 구속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셨지."
"음.. 그래? 좋은 놈이네."
퍼필이 무심코 말하자 루이의 혼을 삼켰던 네발의 괴물이 나타났다. 퍼필은 그 네발괴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혹시 사부가..'
퍼필은 기척을 숨기고 네발괴물에게 향했다. 도적단과 피리든 사나이는 퍼필이 기척을 숨기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퍼필은 기척을 숨기고 네발괴물에게 다가가 루이의 기척을 찾으려 했으나 루이의 기척은 커녕 냄새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사부는 혼은 완전 잡아먹혔나... 그럼 이자식이라도 죽이고...'
퍼필이 한발 내딛으려는 순간 네발괴물이 먼저 퍼필에게 앞발을 휘둘렀다. 퍼필은 대책없이 맞고 나동그라졌다.
"아까부터 자꾸 쫓아다니더니.. 네놈이었나."
네발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 디레지에라고 한다. 근데.. 네놈은 내가 가둔 노인의 혼과 같이 있던 자 아니냐. 뭐 유치하게 원수라도 갚으러 왔나?"
디레지에가 비웃었다.
"네놈이 아무리 기척을 숨겨봤자 카잔의 냄새가 진하게 배여있는 이상 소용없다."
디레지에는 퍼필을 물어 삼키려 했다.
"끄아악!"
퍼필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디레지에의 양 입을 벌리려 했다.
퍼필과 디레지에가 대치하고 있는 현장에 피터와 도적단들이 몰려들었다.
"젠장, 적입니까. 디레지에님!"
도적단들은 이어 루히터에게 달려들었으나 루히터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퍼필도 몸을 먼저 빼낸 후 코로나를 시전하며 루히터에게 향했다. 디레지에가 퍼필을 공격하려 했으나 퍼필은 간신히 피해 피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소용없습니다."
피터는 쥐로 탑을 만든 후 자신이 그 위에 올라탔다.
퍼필은 아무 말 없이 디레지에의 공격을 피하며 피터를 올려다 보았다.
'어떻게 하면 저 놈을 죽일 수 있을까..'
퍼필이 생각 하던 차에 도적단들이 퍼필을 향해 공격했다. 퍼필은 도적들을 향해 류탄을 던진 후 재빨리 로봇들을 만들어 도적들에게 폭파시키도록 유도했다. 도적단의 일부가 전멸했다.
"잘했어, 퍼필."
루히터가 한결 큰 움직임으로 피검과 대검을 휘둘러 도적단들을 죽였다.
도적단들이 전멸한 후 피터와 아가름, 모스퀸과 디레지에만 남았다.
"젠장.. 아직도 우리보다 수부터가 많다니.."
루히터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 때 루히터에게 대검이 날아왔다. 루히터가 피하자 아가름이 대신 그 대검을 쥐었다.
"야. 리우 너는 좀 그 눈에 띠는 대검던지기 좀 그만해줄래?"
"시끄러워. 조금만 더 연마하면 되거든? 이게 또 멋이고 일하는 맛이지. 이거하려고 얼마나 수련을 많이 했는데."
퍼필과 루히터가 뒤를 돌아보자 두 귀검사가 서 있었다. 그 중 한명은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한명은 머리가 짧고 시끄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너넨 또 뭐야."
퍼필과 피터가 동시에 말하였다.
"간단히 소개할게. 우리는 현상수배범 사냥꾼인데, 나는 리우고 안대낀형은 사흑이라고 해. 너네를 잡으러 왔는데.. 일단은 안되겠네?"
리우라는 상의가 없는 남자는 혈검을 소환하더니 모스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자식들은 우리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