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과 천계인 Part3. 메카닉과 버서커, 그리고 프리스트] 9화

"모닥불을 피고는 싶지만.. 몬스터에게 들킬까봐, 또는 제국의 첩자가 지나가다 신고를 할 수도 있다. 퍼필. 너는 안추워?" 

루히터가 추위에 이빨을 딱딱 부딪히며 견디다 퍼필에게 물었다.

"응. 안추워. ..너도 알겠지만 방금 노스마이어에서 디레지에가 완전히 사라졌어. 아니, 죽었어. 스승님 영혼도 가야할곳으로 간듯 한 기운이 느껴져. 누군지는 모르지만 고맙긴 한데.. 디레지에를 물리친 존재가 우리를 눈치챈 듯 해. 우리를 노리는 사람이라면 골치가 아파지겠지."

"근데.. 방금 받은 서신으로 제국인 프리스트들이 노스마이어를 박살냈다는 정보를 샤일록에게 받았어. 푼돈에 의한 회유를 가장한 협박 때문이라도 우리의 행방을 보고했겠지. 우리가 다니는 경로를 바꿔야 겠어."

둘의 얼굴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나저나 진짜 만약에 말인데.. 스톰패스에 가도 우릴 환영해줄까?"

"그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종족이 아닌 자들은 전부다 경계한다고 들었다. 그건 둘째치고 스톰패스 내 반투인들도 제국이랑 불편한 관계이지만 표면적으로나마 교역은 하는 처지니까 우릴 환영은 못해줄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 부족 내 싸움이 심각해진 상황이라 우리가 그 싸움에 휘말릴수도 있어."

"그렇군. 그냥 여기있는게 낫겠어."

퍼필이 화이트랜드와 그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그 때 퍼필의 눈에 모험가들의 얼어붙은 시체와 그들이 잡은 몬스터의 가죽으로 된 옷이 들어왔다.

"이거라도 입어."

퍼필이 루히터에게 모험가의 시체에서 옷을 벗겨 던져주었다.

"어때?"

"따뜻해."

"모험가의 시체와 설인의 시체가 몇구 더 있는듯 하니까 가죽을 벗겨서 입고, 덮고 그렇게 하면 되겠다."

퍼필의 말에 루히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춥군."

화가 중얼거렸다.

"조금 있으면 그들을 찾아 빌마르크로 넣을 수 있으니 엄살피지말게."

암이 화에게 말했다.

"그럼 이거라도 입세나."

명이 화에게 로브를 건네주었다.

"고맙수다, 신세좀 지겠수."

화가 명에게 감사의 표시로 받은 로브를 들어올리다 내렸다.

"이 동굴에서 나간다면 화이트랜드다. 카잔의 냄새가 거기에서 나니 어서 가자."

명이 동료들을 제촉했다.

 

"루히터, 사람이 오는것 같은데?"

퍼필이 자고있는 루히터를 깨웠다.

"젠장, 눈에 띠면 안될것 같으니 숨어있자."

루히터와 퍼필은 눈에 난 발자국을 치우고는 설산의 거목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여기서 카잔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그들은 없는것 같습니다."

"카잔의 냄새도 여기서는 옅어지고 있는것 같군. 잘됐어. 다른곳으로 간거 같은데.. 남은 카잔의 냄새를 쫒아서 가자."

암이 앞장서서 설산거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그럴줄 알았다...고 해야하나."

 

몇날 며칠을 걸려서 카잔의 냄새를 쫒았으나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우리 이러다가 얼어죽겠어."

화가 불평불만을 내뱉었다.

"여기를 이미 빠져나간 것 같군."

"그렇다면 잠시 스톰패스에서 쉬다 가기로 하죠."

"야, 난 거기 무서워 죽겠다 인마. 거기 주민들이 얼마나 배타적인데."

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솔직히 거기는 무섭네. 눈오는 곳만 보면 거기가 생각날 정도로 싫어.. 교역만 아니면 얼씬하지 않았을걸세."

"그럼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은..."

"아마도 거기밖에 없겠지."

넷의 발걸음은 스카사의 둥지로 향해갔다.

 

스카사의 둥지로 다가갈수록 4인의 프리스트는 카잔의 냄새를 진하게 맡을 수 있었다. 몬스터가 전멸된 둥지들을 넘고넘어 스카사에게 다다랐을 때, 프리스트들은 스카사를 쓰러뜨리고 짐을 챙겨 가려는 퍼필과 루히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 꼼짝말고 서 있어!"

화가 퍼필과 루히터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