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 만나는 재미가 있다. 바로 사람들을 보는 재미인데, 직접적인 접촉은 없어도 그냥 보고 유행도 좀 알아내고 돌발스러운인간들도 구경하고 1미터전방에서 노인을 발견하면 자리에서 자동으로 비켜서는 등 꽤 할만한 짓거리가 많다.
외국어단어를 외우거나 신문을 보는등 학구파가 있고 졸고있는 사람들도 있고 휴대폰을 가지고 뭘 하는 사람들, 서서가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유형에 속하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인간상들이 드문드문 존재하곤 했다.
나는 매일 지하철에 의지할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내가 이사간 곳이 지하철역 종점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좋건 싫건 편리한 지하철에 매일 타게되었고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을 휴대폰으로 기록하는 습관까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가끔씩이지만. 한줄도 안될때가 더 많았지만 너무 많은일들이 일어나 휴대폰 메모장 용량이 미어터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12월 8일. 나보다 1살어린 고2학생들이 우르르 왔다. 교복꼴을 보니 노는애들이다. 지금시간 9시. 얘네들은 완벽하게 지각을 했군.
12월 14일. 졸고있는데 어느사람이 큰목소리로 통화를 하는바람에 잠이 다깨버렸다. 정말 패고싶다. 그런데 마주앉은 데에는 커플들이 손을 꼭 잡고 스킨쉽을 주고받고있다. 트리오로 트리오물에 질식하고 싶냐.
12월 17일. 살이쪄서 서서가기로 했다. 다리아프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이라 친구랑 놀러가기로 했다. 내옆에 서서가는 사람은 음악을 아주 큰소리로 듣고있다. 들어보니 나도 아는 노래다. 아 같은 그가수 팬으로서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이새는 계속 실실 처웃는다. 뭘처웃냐 새꺄. 내가 너 좋아서 이렇게 숙이는줄아냐. 소리좀 줄(이라고 좀. 이라고 쓰려했는데 용량이 찼다.)
12월 25일. 내가 서있는 자리에 앉아있는 뚱뚱한 처녀는 계속 졸고있다. 보다못한 한 총각이 자기어깨를 빌려준다. 훈훈하군하.
(솔직히 말하자면... 부럽다. 하하.)
12월 30일. 한 사람이 경찰에 쫓기고 있다. 잡상인이구만. 재미있어.
1월 4일. 아씨, 내 지갑이 없어졌다. 아까 들어오면서 부딪힌 새끼다. 근데 어쩌나.. 그지갑 새로산 떨이라 든게없는데.
1월 17일. 돈이 없어서 계속 안나가다 오랜만에 나간다. 한사람이 선채로 졸고있다. 자세를 보아하니 한두번 존게 아닌듯.
2월 21일. 졸업식. 나말고도 교복입은 학생들이 이시간에 꽉차있었다. 지하도로 올라가면 꽃을파는 사람들이 보이겠지.
3월 3일. 대학교 입학식. 봄이라 그런지 화사한옷들이 많다.
3월 15일. 전날 늦잠을 자서 자꾸 졸립다. 오랜만에 자리에 앉아서 졸았다. 근데 하필이면 노인좌석. shit.
(알려준 풋풋한 학생커플에게 감사. 오래가요~)
3월 21일. 어느 이쁜여자가 남자의 어깨에 기대 졸고있는데 침이 그남자 수트에 흘렀다. 남자의 표정이 참 굿이에요 굿.
(그 남자는 그날 면접이있었다. "아 씨.. 면접있는데.."가 간간히 들렸다.)
지금 4월 1일. 훑어보니 별로 시덥잖은 짓을 기록하고 앉아있나 싶다. 하지만 그 시덥잖은 짓이 그날의 유일한 기록이 되어 그날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기억하게 한다. 지하철에서 있었던일 외에도 학교, 길거리등에서 있었던 일들이 연결되어 기억이 난다.
습관적으로 지하철에서 난 오늘도 기록을 했다.
4월1일. 오늘은 만우절이라 지하철에서 누굴 속일까 아이디어를 짜다 역을 놓쳤다.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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